이번 봄 날씨는 왜 이리 변덕스러울까?


3월 22일, 어제는 ‘춘분’이었습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 춘분까지 왔으니 완연한 봄이죠. 그런데 날씨는 아직도 쌀쌀합니다. 뉴스에서는 예년 봄 기온과 비슷하다고 보도했지만, 어떤 날은 아직 겨울인 듯 찬바람이 쌩쌩 붑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도 옛말인 듯, 6일은 춥고, 하루가 따뜻한 ‘육한일온’의 늦겨울에 이어 수은주가 들쭉날쭉한 봄 기온까지. 이토록 이상한 날씨를 맞게 된 건 지구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서일 것입니다. 대체 원인이 뭘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한번 추적해보겠습니다.

<2010년 2월 11일~3월 10일까지 기온과 강수량를 나타낸 표,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모두 ‘엘리뇨 모도키’ 탓이야!


기상청은 올 겨울과 초봄의 날씨가 변덕스러운 이유는 ‘엘리뇨 모노키’가 일으키는 심술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엘리뇨 모노키는 엘리뇨에 ‘비슷하다’는 듯의 일본어 접미사 ‘모도키’가 붙어서 이뤄진 말로 ‘유사 엘리뇨 현상’을 말해요.

엘리뇨 모도키란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현상이 엘리뇨와 비슷한 기상이변을 일으킨다고 해서 엘리뇨 모도키라고 불린답니다. 기존의 엘리뇨 현상과 달리 대성양에 평소보다 더 많은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살짝 변형된 엘리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대요. 올해 초 우리나라에 한동안 추위가 계속됐던 것도 엘리뇨 모도키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잠깐, 엘리뇨가 뭐였지?

그런데 엘리뇨 현상은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엘리뇨 모도키 현상을 설명하기 전에 엘리뇨 현상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엘리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현상으로 주로 크리스마스 앞뒤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엘리뇨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의미하는데, 이 또한 엘리뇨 현상이 일어나는 시기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죠.

원래 남아메리카 연안의 바닷물은 페루에서 부는 남동무역풍의 영향을 받아 호주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 때 바다 아래쪽의 찬물이 떠올라 이 지역의 바다는 일년 내내 수온이 낮고, 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죠.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남동무역풍이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찬 바닷물이 적어지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엘리뇨 현상이죠. 이런 현상 때문에 페루 쪽 바닷가에 태평양 적도 부근의 따뜻한 해수가 밀려오게 됩니다. 결국 동태평양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년보다 0.5℃, 심할 때는 7~10℃ 정도 높아지는 거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1997년 11월의 해수온도 사진.
1997년에는 동태평양 페루 주변에 난류가 침입하는 엘니뇨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면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량도 줄고, 영양염류도 많아져 어장이 황폐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더워진 바닷물 위로 상승기류가 일어나 중남미 지역에 폭우나 홍수의 기상이변도 일어나게 돼요. 태평양 반대쪽인 호주 일대에는 가뭄을 일으키게도 하고요.

이처럼 해수 온도의 분포가 달라지면 적도 부근의 대기의 순환이 달라져, 그 영향이 중위도와 고위도에 미치게 됩니다. 이는 또 대기 순환까지 변하게 하므로, 엘리뇨 현상이 나타나면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속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엘리뇨 모도키는?

엘리뇨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이상고온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이 없었죠. 엘리뇨는 전체 지구대기의 흐름에 이상 현상을 주거나 남아메리카, 페루 등지에 주로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엘리뇨 모도키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엘리뇨 모노키가 한반도 아래쪽인 필리핀 동부 해역에 강한 열대 고기압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위쪽의 시베리아 쪽 찬 공기 덩어리와 필리핀 동부 해역의 온난다습한 공기 덩어리 사이에 낀 한반도는 두 공기덩어리의 세력 크기에 따라 변덕스런 날씨를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엘리뇨 모도키 현상이 중태평양 지역에 뚜렷이 드러났던 지난해 12월에는 해수면의 온도가 약 1.2℃ 올라갔습니다. 수온이 상승하자 이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됐고, 그 영향으로 필리핀 지역에는 열대고기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고기압은 점차 세력이 커져 일본까지 확장됐죠.

덕분에 필리핀 지역의 열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많은 수중기가 들어왔고, 북쪽의 시베리아 고기압은 힘을 펴지 못해 지난 12월과 1월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또 북극에서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기류와 남쪽의 다습한 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에서 충돌해 눈이 내리기도 했고요. 필리핀 지역의 열대고기압이 시베리아 고기압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가면 이상 한파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겨울에 극 지역의 기압이 중위도보다 높은 `음의 극 진동 시기`가 되면서
극 지역의 찬 공기가 시베리아로 남하하고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한파가 몰아친다. 사진은 지난 겨울 호남의 폭설 구름사진.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한국 날씨

결국 엘리뇨 모도키는 거대한 열대 고기압을 만들었고, 이것이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시베리아 고기압과 세력 싸움을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날씨는 변덕을 부린 것입니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죠.

지구가 전체적으로 따뜻해지면서 세계 각국에 이상 기후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가 10℃ 이상 높은 고온 현상을 보였고요. 이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덩어리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화됐어요. 결국 북극의 한기가 남하했고 동아시아와 중동부 유렵, 북미 지역에 강한 한파가 생겼죠. 연초부터 우리나라 외에도 방글라데시의 한파, 서유럽의 폭설, 브라질과 케냐의 폭우 등 이상 기후도 많았고요.

앞으로도 기후 변화가 계속 진행되다보면 이런 극한 상황들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누군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하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자연에 변화가 생긴다면 날씨의 변덕도 계속될 것입니다. 변덕스런 날씨를 즐길 수 있도록 기후변화와 기상현상에 조금씩 관심을 두면 어떨까요?

이상 하루에 과학 한 잔 편집부였습니다.

Posted by 하루에 과학 한 잔 더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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