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이 위험에 빠졌다. 특히 큰 강에 펼쳐진 ‘금빛 모래톱’은 대부분 사라질 태세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이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의 16곳에 보를 세우고, 600km가 넘는 물길 곳곳의 모래와 흙을 파헤친다. 국토해양부가 펴낸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이 사업으로 사라지는 모래와 흙의 양만 5억 7000만m3가 넘는다. 여기에는 강변에 펼쳐진 ‘금빛 모래톱’도 포함된다.

공사를 진행하는 쪽에서는 바닥을 파 깊게 하고, 너비를 일정하게 만드는 작업이 ‘강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정말 강을 살리는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모래톱의 생태학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래톱이 있는 강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그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지난 6월 11일, 낙동강 공사구간의 모래톱을 찾는 환경재단 현장 답사에 동행했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가 안내를 맡고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이치범 전 환경부장관, 최열 환경재단 대표, 윤준하 6월민주포럼 대표 등이 함께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설명을 해줄 전문가가 필요해 주최 측의 양해 하에 하천 경관생태학자인 이현정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도 동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보 건설 현장도 찾았다.

모래톱이 저절로 사라진다

“이 모래가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불과 10년, 20년이면 이 지역은 습지가 되거나 나무로 덮일 거예요.”첫 번째 목적지인 경북 예천 회룡포에 도착하자마자 박창근 교수가 설명했다.

“이곳 회룡포를 굽이쳐 흐르는 강이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입니다. 그런데 이 강 상류에 지금 댐을 짓고 있어요. 댐이 물뿐만 아니라 모래도 막을 가능성이 있죠.”

내성천은 낙동강 본류가 아니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사업의 일환으로 강 상류에 영주댐(송리원댐)을 짓고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영주댐은 물을 저장했다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에 흘려보내 낙동강의 수질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건설되지만, 물과 함께 모래가 내성천 하류로 충분히 공급되는 것을 막는다는 단점이 있다. 저수량이 1억 8100만t에 이르는 대형 댐이 물을 가로막으니 흐르는 물의 양이 줄고, 속도까지 느려지니 모래 대신 점토가 밀려와 쌓인다. 점토가 쌓인 곳은 습지가 되기 쉽다.

이런 예는 낙동강 본류에서 실제로 관찰할 수 있다. 1976년 낙동강 상류에 안동댐이 건설될 때, 댐 하류에는 드넓은 모래톱이 있었다. 그러나 댐이 세워지자마자 모래톱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거대한 습지로 완전히 바뀌었다. 안동에서 하회마을까지 5㎞에 걸쳐 펼쳐져 있는 구담습지가 그곳이다.

 내성천을 벗어나 경천대로 향했다. 시원하게 뻗은 모래톱의 경치가 좋아 ‘낙동강 제1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공사 예정임을 알리는 파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파란 깃발 안쪽의 모래톱은 10m 깊이로 파헤쳐져 흔적도 남지 않게 된다.


현재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렇게 강 바닥의 모래를 파내는 작업(준설)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하천 바닥을 깊게 해 홍수 위험을 낮추고, 전체 구간에 걸쳐 수심을 6m로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이다. ‘물그릇’이 커져서 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게는 5~6m, 경천대의 경우처럼 많게는 10m 깊이까지 모래를 파내야 한다. 파내는 폭은 수백m에 이른다. 박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낙동강에서 계획대로 4억 4000만m3의 모래를 준설하기 위해서는 안동에서 부산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 320km를 폭230m, 깊이 6m로 파내야 한다. 산을 20km 뚫는 터널 공사가 대규모 토목 공사의 예로 꼽히는데, 이때 나오는 흙이 600만m3라고 하니 낙동강 구간에서 준설되는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래톱은 쓸모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모래는 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 자체가 자연 필터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내부에 사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모래를 퍼 올리면 당장 수질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강바닥이 평평해져서 수생 생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김정수 부소장은 “얕은 물과 깊은 물에 사는 생물이 각기 다른데, 준설이 이뤄지고 나면 강에서 발견될 수 있는 생물종이 단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수심이 낮은 모래톱이나 자갈밭에서 사는 흰목물떼새나 호사비오리 같은 새가 더 이상 강을 찾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논란의 보 건설 현장을 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모래를 실은 트럭이 먼지를 날리며 곁을 지나갔다. 바닥엔 모래를 쏟아 돋운 듯 빨간 흙이 두텁게 깔려 있었다.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상주보 건설 현장. 낙동강에 건설되고 있는 8개의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보다. 이곳을 찾은 것도 두 번째인데, 두 달 사이에 얼마나 공사가 진척됐을까 궁금했다.

강 동쪽에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거대한 기둥 세 개가 거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6월 말 장마 이전에 기초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공사를 서두른 결과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임시로 흙을 돋운 시설물(가물막이)로는 장마 때 크게 불어난 물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기초공사만 마친 뒤 장비를 빼고, 장마철이 끝난 뒤 물이 빠지면 다시 상단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

상주보는 움직이지 않는 고정보 230m와,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 105m가 이어진 형태다. 강의 동쪽에 위치한 가동보는 물의 양이 늘어날 때 문을 열어 물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다. 평평한 판 모양의 수문 두 개가 설치되는데, 폭이 45m, 높이가 10m에 이른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짓고 있는 보 16개에는 모두 가동보가 포함돼 있고, 대부분 수문의 폭이 40m가 넘는다.

이틀 전 금강 금남보와 금강보 현장에 동행했던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 폭이 40m가 넘는 수문을 실제 강에 설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그렇게 큰 수문을 설치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서 1초에 1만 5862t씩 쏟아져 나오는 강물을 조절하는 새만금 방조제의 배수갑문도 수문 하나의 폭이 30m에 불과하다. 이렇게 큰 수문이 강 곳곳에 설치되다 보니 사업에 반대하는 학자들로부터 운하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40m면 한강 대형 유람선의 15배 무게인 5000t짜리 배가 지나다닐 수도 있는 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 있던 도남서원이 있는 강의 서쪽은 흙만 쌓았을 뿐 아직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곳은 생태공원으로 꾸며질 예정인데, 여기에는 물고기가 보에 막혀 이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물고기 길(어도)이 설치된다고 했다. 어도는 높이 기울기가 1% 정도로, 기울기가 10%인 서울 한강 잠실보의 옛 어도보다는 완만하다. 잠실보의 어도는 2002년 한강 생태계 조사에서 급한 기울기 때문에 누치나 강준치처럼 크기가 팔뚝만 한 큰 물고기밖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상주보의 어도는 잠실보 어도보다는 훨씬 더 물고기에게 유리한 생태적인 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 전체가 보로 막힌 상황에서 좁은 어도를 따라 700m나 우회해서 상류로 이동할 수 있는 물고기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마른 강이 자연스럽다

사실 상주보 공사현장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건설현장 왼쪽, 즉 강 상류 쪽에 있는 모래로 된 섬이다. 그 섬의 동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서쪽에는 물줄기가 말라서 모래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주변의 공사 현장과 어우러져 조금 삭막해 보였
지만, 모래에 선명하게 남은 물결무늬와 약간씩 고여 있는 물, 그리고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이곳에도 물이 흘렀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은 갈수기라 수위가 낮아서 그래요.”

박 교수가 설명했다. 한 마디로 가물어서 물이 빠져 있다는 뜻이다. 흔히 사람들은 강이라고 하면 물이 가득 흘러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강이나 낙동강, 금강처럼 도심 구간을 통과하는 강은 대부분 벽까지 찰랑찰랑하게 물이 차 있다. 그래서 기자가 본 강처럼 바싹 말라 바닥을 드러낸 모습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현정 연구원은 이렇게 갈수기에 물줄기의 폭이 줄어들고 마른 땅이 드러난 모습이 낙동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갈수기에는 작은 물줄기를 이루지만, 홍수기가 되면 물이 불어나 하천의 폭도 늘어나는 것이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홍수를 막기 위해 쓴 방법은 불어난 물이 강 밖으로 넘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둑을 높이, 튼튼히 쌓았다. 둑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으면 강변을 정리했다. 돌망태나 콘크리트를 덧대고, 필요하면 강 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퍼 올리고 보를 설치해 유량을 확보하고 물 높이를 낮췄다. 비가 많이 왔을 때 강물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불구불한 강을 곧게 폈다. 모래톱도 없앴다. 

이런 방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인류가 평소에 물난리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는 것이 이런 물관리 방법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둑을 쌓고 강변을 정리한 결과, 강의 폭이 좁아지고 모래톱이나 범람원처럼 넘치는 물을 받아 줄 공간이 줄어들어 비가 많이 올 경우 그대로 넘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물의 이동 속도가 빨라져 강의 하류에서는 상류의 물이 한꺼번에 몰리며 더 큰 홍수로 발전하기도 한다.

일본의 유명한 근대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 ‘세설’에는 1930년대 오사카 교외 지역 스미요시 강에서 홍수가 일어나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둑 꼭대기를 향해 천천히 차오르는 듯하던 강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을 전체를 뒤덮고 만다. 오래전으로 갈 것도 없이,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의 미시시피강은 허리케인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미처 대피할 틈도 주지 않고 넘치고 말았다. 모두 둑과 제방이 충분히 갖춰진 곳의 하류였다. 

허 교수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물은 억지로 막으면 다른 곳에서 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관리하기 위해 실시하는 하천 토목 공사에서는 흔히 홍수가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 둑 높이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통계상 30년에 한 번 찾아올 법한 홍수를 막을 수 있도록 높이를 계산한 뒤, 그 높이에 여유분을 더해서 둑을 높이는 식이다. 이 말은 통계상 30년에 한 번은 둑이 넘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홍수가 통계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경우도 관찰된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기자이자 과학저술가인 프레드 피어스는 저서 ‘강의 죽음’에서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규모의 홍수가 50년 사이에 세 번이나 일어난 다뉴브 강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물 길들이기와 물 놓아 주기

문제는 지금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런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의 6% 정도에 불과하지만 콘크리트를 써서 강 벽을 정리하는 구간이 있고, 준설을 해서 물길지표층인 모래층을 없애기도 한다. 보도 설치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큰 홍수에 대처할 때 위험하기도 하지만, 환경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다. 보는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해 수질을 나쁘게 만들기 쉽고 생태계를 단절시킨다. 따라서 기능을 다한 보는 없애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2008년 환경부에서 나온 바 있다. 보 때문에 수위가 높아져 지하수위가 함께 올라가 주변 지역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강 공구 취재에 동행한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정민걸 교수는 “보가 건설된 상류에서 갈수기에 지하수위가 높아져 안개가 끼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하천 관리 방법은 없을까.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안병옥 소장은 “발상을 바꿔 강을 깊게 파는 대신 폭을 넓히는 방법을 쓰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지금처럼 강을 아래로 파 내려가거나 둑을 쌓는 대신, 강이 자연스럽게 넘칠 수 있게 강 옆에 습지 지역인 ‘범람원’을 살려 주자는 뜻이다. 범람원은 물이 적은 갈수기에는 습지 공원으로 쓰일 수 있고, 비가 많이 오는 홍수기 때에는 넘치는 물을 담아 두는 완충지 역할을 한다.  

이 방법은 물을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조금 소극적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물이 넘치면 넘치게 놔 두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강이 움직이고 넘칠 땅을 마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자연적인 강은 이런 범람원을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마을을 세우거나 밭을 일군 경우에는 강의 땅이 부족하다. 강 주변에 건설 중인 ‘생태공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경우 마을이나 밭, 공원을 범람원 ‘밖으로’ 옮겨야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의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필요에 따라 둑을 세워야 한다. 범람원 밖에 마을이나 건물을 세운다고 해서 갑자기 불어나는 물로부터 100%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에도 범람원이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바깥쪽에 둑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도시가 아닌 지역을 흐르는 하천의 경우에는 기존의 강줄기를 잘 유지하기만 해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천대나 회룡포 마을은 모래톱이 살아 있는 물줄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물관리 대책을 대신할 수 있다. 더구나 이 방법은 자연을 최대한 원래 모습대로 유지하는 홍수 대책이라 특별히 강을 원래 모습으로 ‘살릴’ 필요가 없다. 강을 ‘살아 있는 그대로’ 두면 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강에 대해 축적한 지식은 강을 다루기 위한 것이었지, 강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고, 그에 대한 연구와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아무도 ‘강을 살린다’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Posted by 하루에 과학 한 잔 더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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